서론
가방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것 같다.
분명히 집에 있는데, 그리고 매일 들고 다니던 가방이 있는데 항상 보면 사고싶어 지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빠르게 고장이 나서 은근히 싼걸 사면 오래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다른 가방에 밀려서 '5년 뒤에 이런 가방이 있었나?' 하고 발굴 당하는 경우들도 많고.
그래서 비싼걸 사는 것이 확실히 낫다.
(눈탱이 맞아버리면 답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비싼걸로 사려니 TPO에 따라 구매해야 할, 혹은 필요한 가방이 너무 다양하다.
뭐 흔하디 흔한 백팩부터 브리프케이스, 메신저백, 슬링백, 파우치, 핸드백....
이걸 다 돈주고 사면 아마 거지꼴을 못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하나하나 사모으다보면 결국에는 가방부자인데 현금거지인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경험담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나는 양복쟁이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들고다니는 가방은 브리프 케이스. 흔히 말하는 서류가방이다.
그 서류가방을 마냥 들고다니자니 팔이 피곤하기 때문에 보통은 메신저백처럼 끈을 달아 어깨에 착용하고 다니고는 한다.
(가장 흔한 양복쟁이 샷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뚜벅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그 지옥의 1호선 - 9호선을 이용하는 뚜벅이.
아침이면 사람들 사이에 밀려서 급행을 타고, 노량진까지 압사당할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노량진에서 지각을 면하기 위해 9호선 급행을 타기 위해 사람들을 밀어가며 타는 이들을 보고 그 다음 급행을 타는데 그 때는 정말 삼도천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9호선 수요조사 하신분들 요단강 터치다운 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이 가방이 내 가방인가 싶을정도로 사람들과 꼬이는 경우가 많고, 밀고 밀리고 엉키고 뒤엉키며 웬 사내새끼들이 내 엉덩이에 밀착하고 가는 경우도 많고, 특히 상대방의 가방에 허리가 꺾이거나, 내려야 하는데 뜬금없는 다른 사람이 내 서류가방을 팔에 끼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거의 아비규환인 상황을 몇번 겪다보면 최대한 간편하게 소지할 수 있는 작은 가방, 그리고 내 몸에 밀착 시킬 수 있는 가방을 필요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한달째 슬링백을 찾아보고 있었다. 가장 소지품을 간편하게 챙길 수 있으며, 내 몸에 딱 달라붙게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은 사실 슬링백이 최고기는 했다.
(써보면 알겠지만 백팩은 너무 크고, 대중교통에서는 항상 다른사람에게 털리거나, 혹은 누군가를 고통받게 할 수 있는 흉기에 가깝기는 하다. 가끔 백팩을 메고 9호선을 타고 내리면 토리노 수의처럼 화장한 얼굴 자국이 찍혀있는 것을 볼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양복쟁이다보니 가급적이면 깔끔한 것이 필요했다.
미팅을 다닐때면 노트북 (맥북)을 가지고 다니다보니 나름대로 맥북이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너무 크면 안되는 것이었다.
정말 드럽게 까다로운 그 조건을 위해 온갖 검색어를 다 활용했다.
- 남자 비즈니스 슬링백, 남자 가죽 슬링백, 남자 맥북 슬링백, 남자 노트북 슬링백, 남자 대용량 가죽 슬링백, 남자 노트북 가죽 슬링백, 남자 대형 슬링백 등등.....
정말 그러면서 한가지 느낀 것은, 슬링백은 거의 힙색이나 다름없는 크기의 주머니 사이즈, 아니면 DSLR을 담을 수 있는 마대자루 수준의 가방 두종류 뿐이었다. 특히 남성용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점점 지쳐가며 아무거나 사지 하는 마음에 쿠팡에서 저렴한 것을 삼만오천원에 샀다.
그리고 포장을 뜯자마자 가방의 재질에 실망하고 하루만에 고장나는 잠금장치의 내구성에 실망하고, 그 가방을 메고 출근하면서 엄청난 불편함에 세번 실망했다, 그것도 단 하루만에.
(원나라 놀러온 이탈리아 상인 자식 죽여버리고 싶다.)
그리고 두번 다시 그런 실수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나는 가열차게 다시금 찾아보았다.
그리고 눈에 띈 그 가방.
뭔가 라이더를 위한 가방이라고는 하는데, 라이더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점때문에 눈을 멀게 만든 그 가방.
받자마자 신나서 개봉기부터 쓰려고 하는 그 슬링백.
뭔데 이건?
집으로 시키면 어머니께 등짝을 맞을 듯 하여, 회사로 바로 배송 요청을 했다.
(12시 전에 시켜야 당일 배송 출발이라길래 급하게 주문해서 12시 06분 결제했는데, 칼같이 다음날 배송해주신 루퍼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 적어도 약속을 지키는 회사라는 이미지는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면서 동방견문록 가방을 메고 출퇴근하며 지내던 이틀 뒤.
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침 점심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개봉기를 쓸 수 있는 은혜를 주시는 센스있는 택배기사님!!
박스가 생각보다 좀 크다.
뭔가 들고 들어오는데 사람들이 보는 것 같은 그런 민망한 시선을 느끼기는 했지만, 뭐 알바 있나?
내가 신나면 됐지 뭐.
옛날 유니버셜 영화사 로고 같은 루퍼 로고가 박스 외관에 그냥 똭!
뭔가 엄청난 기대감이 생기는 비쥬얼 아닌가.
(구한말이나, 지금이나 택배를 뜯는것은 누구나 설레어했을 것이다.)
?
나는 사기를 당한 것인가.
가방이 나와야 하는데 웬 플라스틱 쪼가리란 말인가.
샤*미 보조배터리를 직구했더니 웬 좁쌀 한 뭉치를 받았다는 사람들의 심정을 나도 느끼게 되는 것인가?
에이... 그럼 그렇지.
역시 그 비닐을 들춰내니 루퍼 닉 슬링백이 이쁘게 짠 하고 나타났다.
은근 과대포장 같기는 했지만, 환경이고 나발이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은 아니다.
한번 꺼내서 가방을 박스에 올려놓고 찍어봤다.
음.. 그렇게 막 아담하지도, 엄청 대형 사이즈도 아닌 딱 적당한 사이즈.
(솔직히 내가 쓰는 방식으로 이 가방 쓰면 아마.... 일주일 뒤면 저 사이즈 안에 엄청 때려넣고 다니기는 할 것 같은 느낌...)
일단 크기는 합격점이다.
뭔가 나일론 외관이라고는 하지만, 의외로 나름 고급지고 튼튼해 보이는 외관.
대자로 포켓 두개가 딱 붙어있다.
저기는 제품 설명대로 그냥 명함 지갑, 급하게 꺼낼 일이 많은 것들을 집어넣어두는 용도로 쓰면 딱 좋을 것 같다.
제품 보증서인 것 같은 종이와 그렇게 큰 쓸모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 스티커가 동봉되어있다.
(가끔 사람들이 맥북이나 노트북이 스티커를 엄청 붙여서 자신만의 개성이라고 하는데 나름 그쪽 계열 종사자 입장에서는 순정은 순정대로 쓰는게 제일 좋.... 음음.)
일단 어디에 쓸지 모르니까 제품 보증서와 스티커는 한쪽에 고이 모셔둔다.
후면. 튼튼해 보이는 가방끈이 나를 맞이한다.
이 가방을 선택했던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저 가방끈을 가방끈 숨김 포켓 (?)에 안보이게 숨겨둘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필요할때는 어깨에 지고 다니고, 필요 없을때는 그냥 숨겨서 초대형 파우치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사실 라이더들이 자전거 앞에 달 때 불편하지 말라고 달아놓은 기능인데 이상하게 사용하려고 생각하는 중)
대충 쑤셔넣어보면 저런 비쥬얼이 된다.
(음. 다음에는 좀 잘 넣는 법을 연구해보도록 해야겠다.)
딱 열어보면 저런 느낌으로 쭉 펴진다.
물론 나는 거의 쓸 일이 없는 기능이기는 하지만, 똑딱이 단추를 풀고 벨크로를 뜯으면 저렇게 쉽게 180도로 벌어지는 것.
(벨크로 결착을 한 경우에 어떻게 보이는지 보여주고 싶기는 하지만, 뭔가 어떻게 세워야할지도 모르겠고 귀찮기도 하고... 그냥 제품 홈페이지가서 보시는게...)
제품 우측을 보면 저렇게 그물망으로 두개의 수납 공간이 있다.
가방을 쓰다보면 제일 불편한 것 중에 하나가 수납 공간이 보이지 않아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몰라 이것 저것 다 열고 뒤져봐야 한다는 건데, 나름대로 편의성 있는 수납공간 인 것 같다.
의외로 이것 저것 넣으니 망이 쫀쫀해서 흐트러지지 않고 고정도 잘 되는 느낌.
좌측은 저렇게 별도의 수납공간이 하나 더 있고, 노트북을 고정할 수 있는 고무 밴드가 있다.
가방 안에서 노트북이 도는 경우가 많기는 한데, 저 기능을 이용하면, 나름대로 고정을 잘 시켜서 활용할 수 있겠다.
나름대로 이런 저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 배려를 많이 한 느낌이다.
가끔 가방을 사용하다보면, 가방 자체가 엄청 불안정해서 형태가 무너지거나 균형이 맞지 않아 그냥 쓰러져버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물론, 오늘 뜯은것이기는 하지만 이 가방은 꽤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하며 잘 서있는데, 프레이밍을 뭘 썼길래 이렇게 튼튼한지 궁금하다.
실제로 매어봤는데 (혼자 사무실에서 신나서 매봐서 찍어줄 사람은 없었다.) 일반적인 슬링백들이 머리 위로 착용하고 벗어야 해서 옷 태가 무너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특히 정장을 입는 본인으로서는 입고 벗을 때마다 그냥 짜증이 있는대로 솟구치는 경험을 하고는 한다.)
헌데, 이 가방의 경우에는 어깨 끈에 저렇게 '매직 버클'이 장착되어있어, 굳이 가방을 머리 위로 들어 입고 벗지 않더라도 상당히 간편하게 탈착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진짜 편의 기능이기는 하다.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는 듯.
평가
일단 가방 자체가 꽤 고급지다.
형태도 그렇고 군더더기 없는 외관이 오히려 제품을 더 돋보이고 특색있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나름대로 제품의 아이덴티티 처럼 거의 전 제품의 형태가 동일하기는 한 듯)
그 특색이 편의성과도 직결 된다는 부분이 정말 특징적인 부분.
가방 자체의 질도 좋으면서 내부 수납공간 등이 체계적으로 잘 구현되어있는 것도 제품 자체의 질을 올려주는 느낌이다.
실착하는 경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활동에 제약이 없는 형태다보니 이런 저런 이점들이 모여 개인적으로 일상 가방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나일론 가방보다 가죽 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의 질이라면 꽤 괜찮은 소비를 했다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물론 가격적인 부담도 크기는 하지만, 한번 사두면 정말 매일 끼고 다니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오래 써먹을 수 있는 가방으로 활용할 수 있어 애매한 저가 제품들을 사는것 보다는 당연히 훨씬 낫고, 초 고가의 명품 브랜드 같은 것 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개성있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막 굴려도 튼튼한 가ㅂ...... 아니, 활용도 높고 내구성 좋은 가방을 삼으로서 보다 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나 구비해놓고 굴려먹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1. 실용성
- ★★★★★
2. 가성비
- ★★★★☆
3.디자인
- ★★★★☆
4.내구성
- 일단 서너달 굴려보고 내구성 체크 겸 어떻게 굴려지고 있는지 후기를 써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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